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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의 설움 내가 아무리 물을 싫어 한다해도 물을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눈치없는 우리 주인은 다른 화초에 물을 듬뿍듬뿍 주면서 나에겐 한 방울도 안 준답니다. 내가 조금씩조금씩 말라가자 그제서야 "아이구, 너도 목말랐나 보네" 하며 종이컵에 반 만 물을 담아 주네요. 난 물을 못 먹을 때보다 더 갈증이 나요. 제발 나에게도 아주 가끔씩 몸이 시원시원해지도록 아낌없이 물을 부어 주세요 2022. 7. 6.
내 이름이 뭐게요? 우리 엄마는 '걱정 대마왕'이랍니다. 내가 초등학교 입학 한 후로 걱정이 더 늘었지 뭐예요. "찻길 건널 때 오른쪽, 왼쪽, 앞으로 차가 한 대도 없을 때 건너라. 운동장에서 펄쩍펄쩍 뛰지 마라. 계단 오르내릴 때 다리를 쫙쫙 펴라. 친구 일에 끼어 들어 선생님 눈밖에 나지 마라. " 매일 똑같은 잔소리를 지겹도록 한답니다. 특히, 낯선 사람 조심 하란 소리를 내 귀에 새겨질 정도로 많이 하셨지요. "네 이름, 전화 번호, 주소, 엄마 아빠 전화 번호 절대 가르쳐 주면 안 돼" "네,네, 네" 난 듣기 싫어 급히 집을 나섰지요. 하루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지우개를 주길래 태권도 사범 님께 내 이름과 전화 번호를 적어 주곤, 엄마의 잔소리를 몇 날 며칠 들어야 했지요. "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 2022. 6. 5.
우기기 대장 오늘따라 심심했어요. 베란다 밖 놀이터를 물끄러미 보다 외롭게 서 있는 그네에 눈길이 갔어요. "너도 심심해 보이네. 너나 타러 나갈게" 난 곧장 신발을 신고 놀이터로 나갔어요. 그네에 올라 타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 하며 하늘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지요. 내 몸이 하늘과 가까워지는 기분은 언제 느껴도 짜릿짜릿했어요. 신나게 타고 나니, 미끄럼틀이 타고 싶어졌어요. 두 다리를 쭉 뻗고 두 팔을 수평으로 벌린 채 , 미끄럼틀 아래로 엉덩이를 살살 흔들면 몸이 순식간에 미끌미끌 아래로 내려와요. 네 번정도 타고 나니 재미가 없어졌어요. 시소는 짝이 없어서 못 타고 구름 사다리는 겁이 나서 못 타겠어요. 난 아무나 보이면 놀 마음으로 그네에 앉아 놀이터 입구를 빤히 보고 있었지요. 몇분이 흘렀을까, 내 또래 아이.. 2022. 5. 15.
나와 똑같다. 할머니는 아침마다 혈압을 잰다. 높은 숫자 나오면 다시 재고 원하는 숫자 나올 때까지 재고 또 잰다. 맘에 드는 숫자 나와야 혈압 재기를 멈춘다. 이묘신 님의 동시집을 읽다 내 모습을 보는 듯한 글이 있어 옮겨 적어 본다. 내 나이 오십, 난 할머니도 아닌데 벌써 저러고 있다. 왜 이리 웃픈지... 2022.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