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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갉아 먹는 균 우리 옆집 할머니는 성격이 참 이상해요. 어느날은 인사하면 ' 이쁜이로구나!' 하시고, 어느날은 '너 , 누구니?' 라고 하시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시는거 있죠. 또 손에 든 짐을 들어 드리면 어느날은 '고맙다, 우리 귀염둥이' 하시며 사탕도 주시는데 어느날은 '고얀 것, 왜 남의 물건 뺏어 가누?' 라시며 화를 버럭 내셨지요 "엄마, 옆집 할머니 마음 속에 천사와 악마가 함께 사나봐" 나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모든 사람은 다 그래. 그리고 연세 드시면 감정기복이 더 심해지셔" 엄마는 내 어깨를 토닥여 주셨어요. "감정기복이 뭐야?" "좋았다, 싫었다 하는 왔다갔다 하는 마음이야" "사실 나도 마음이 왔다갔다 해" 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몸이 아프면 감정기복이 더 심해지셔. 화를 내시면, 많.. 2022. 1. 27.
알 수 없는 우리 엄마의 말뜻 내일은 구몬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는 날이다. 이번 주는 더 하기 싫어, 일주일 분량 중 반도 못 풀었다. 엄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시더니 " 밤새 서라도 다 해 놔." 라고 말하시곤 내 방문을 닫고 나가셨다. 진짜 방문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 난 겁이 덜컥 나, 잠 오는 눈을 비벼가며 숙제를 열심히 했다. 세 장을 풀고 잠깐 쉬고 있는데 갑자기 내 방문이 왈칵 열리더니, 엄마가 눈에 레이저를 쏘며 들어오셨지요. " 시간이 몇신데 이러고 있어? 내일 학교 안 갈 거야? 어서 자." 우리 엄마가 랩을 이렇게 잘 하시는지 몰랐다. ' 못 자게 할땐 언제고....' 난 말대꾸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눈만 말똥말똥 뜨고 엄마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빨리 자라고!" 엄마는 호랑이 같이 날 잡아먹을 기세였다... 2022. 1. 25.
심부름 놀이 오늘 엄마가 처음으로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 "네" 난 씩씩하게 대답하고 만원을 호주머니에 쏙 넣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섯 걸음쯤 가다보니, 만원이 잘 있나 궁금해졌지요. 호주머니에 손을 쑥 넣어 만원을 만져보고, 손을 쏙 뺐어요. 오십 걸음쯤 가다 또 만져보고 손을 냉큼 뺐지요. 이백 걸음쯤에 도착한 마트에서 엄마가 사란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갔어요.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내 눈이 똥그래졌어요. 만원은 호주머니에도, 바닥에도, 왔던 길 되돌아 가봐도 꼭꼭 숨어버려 보이지 않았어요. ' 손으로 자꾸 만져보지 말걸. 도로 위에서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나? 자동차 바퀴에 실려 갔나? 누가 주워갔나?' 집에도 못 들어가고 한참을 찾다, 집에 돌아와 울음을 터뜨려 버렸어요... 2022. 1. 24.
그리움에 대하여 첫 농사 지은 복숭아가 맛나다며 시간내서 가지러 오라시던 아버지. 차비가 더 든다며 입을 삐죽이던 철없던 나. 당신이 떠나시고 난 이듬해 봄 하얀빛 머금고 피어난 분홍 복사꽃이 전해주는 당신의 향기 사람이 향기로 기억되는 건 그리움이 남아 있기때문이라지 먼 훗날, 내 딸은 날 어떤 향기로 그리워하게 될까.. 2022.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