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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의 성장일기

알 수 없는 우리 엄마의 말뜻

by 정안나 2022. 1. 25.

내일은 구몬 학습지 선생님이 오시는 날이다.
이번 주는 더 하기 싫어, 일주일 분량 중 반도 못 풀었다. 엄마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시더니
" 밤새 서라도 다 해 놔."
라고 말하시곤 내 방문을 닫고 나가셨다. 진짜 방문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

난 겁이 덜컥 나, 잠 오는 눈을 비벼가며 숙제를 열심히 했다.
세 장을 풀고 잠깐 쉬고 있는데 갑자기 내 방문이 왈칵 열리더니, 엄마가 눈에 레이저를 쏘며 들어오셨지요.
" 시간이 몇신데 이러고 있어? 내일 학교 안 갈 거야? 어서 자."
우리 엄마가 랩을 이렇게 잘 하시는지 몰랐다.
' 못 자게 할땐 언제고....'
난 말대꾸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눈만 말똥말똥 뜨고 엄마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빨리 자라고!"
엄마는 호랑이 같이 날 잡아먹을 기세였다. 대충 책상을 정리하고 침대에 누우니 엄마는 불을 딱 끄시곤 문을 꽝 닫고 나가셨다.
그런데 눈을 감아도 마음이 이상하게 불안했다. 숫자를 백까지 세었을 때쯤, 방문이 벌컥 열렸다. 눈을 떴을 때, 깜짝 놀랐다.
엄마는 불을 탁 켜시곤 도끼눈으로 날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란다고 진짜 자면 어떡해? "
난 한숨을 푹 쉬고 다시 일어났다.

눈을 비비며 책상에 앉으니
"어유, 이런 답답이. 빨리 자."
엄마의 목소리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어 말대꾸하면 찔릴 것 같았다.
'이랬다 저랬다 나보고 어쩌란 걸까?"
난 어떻게 하면 혼이 안 날까 이리저리 궁리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엄마의 말뜻을 모르겠다. 어려운 수학 문제 풀기보다, 복잡한 악보 읽는 것보다 더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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