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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심부름 놀이

by 정안나 2022. 1. 24.

오늘 엄마가 처음으로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
"네"
난 씩씩하게 대답하고 만원을 호주머니에 쏙 넣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섯 걸음쯤 가다보니, 만원이 잘 있나 궁금해졌지요.
호주머니에 손을 쑥 넣어 만원을 만져보고, 손을 쏙 뺐어요.
오십 걸음쯤 가다 또 만져보고 손을 냉큼 뺐지요.

이백 걸음쯤에 도착한 마트에서 엄마가 사란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갔어요.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내 눈이 똥그래졌어요.
만원은 호주머니에도, 바닥에도, 왔던 길 되돌아 가봐도 꼭꼭 숨어버려 보이지 않았어요.

' 손으로 자꾸 만져보지 말걸. 도로 위에서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나? 자동차 바퀴에 실려 갔나?
누가 주워갔나?'
집에도 못 들어가고 한참을 찾다, 집에 돌아와 울음을 터뜨려 버렸어요.
"괜찮아, 괜찮아."
엄마는 내 눈물을 닦아주시며 안아 주셨어요.

며칠 후, 엄마는 두   번째  심부름을 시키셨지요.
"두부 한 모 사올 수 있지?"
"네"
난 꾀꼬리처럼 대답하고 이천원을 왼손에 꽉 쥐었어요.
' 저번처럼 돈 잃어버림 난 유치원생이다.'
엘리베이터에 타서부터 횡단보도 앞에 올때까지 주문 외우 듯 중얼거렸어요.

파란불로 바뀌자마자, 후다닥 뛰었어요. 그러다 내 오른발이 왼발에 걸리는 순간, '꽈당' 넘어지고 말았어요.
"괜찮니?"
뒤따라 오시던 아주머니께서 급히 일으켜 세워주셨어요.
"네, 돈이 있어 괜찮아요."
난 그와중에도 손을 꽉 쥐고 방그레 웃었지요. 아주머니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셨어요.

난 얼른 마트로 들어 가 두부를 사고 계산대 앞에 가서야 왼손을 쫙 폈어요.
"돈 안 잃어버렸어요."
"그래, 참 잘했네"
점원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셨어요.

두부 한 모를 달랑달랑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무릎은 시큼시큼 거렸지만 입꼬리는 계속 실룩실룩 올라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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