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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 밤의 가출 하룻 밤의 가출 올 봄에 시골에 계신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어요. 난 언니와 한 방을 쓰게 되었지요. 평소 게으른 언니 탓에 내 할 일이 더 늘어나게 되었답니다. 학교 갔다오면 책상 위에 널부러진 책이며 학용품 정리에, 바닥이며 침대에 던져놓은 옷가지를 옷걸이에 거느라 바빴지요. “제발, 언니 물건은 알아서 치워.” “내가 나중에 정리 할건데 네가 하는거잖아. 누가 도와 달래?” 언니의 대답은 항상 이랬어요. “엄마, 나 언니랑 한 방 쓰기 싫어” “방이 없는데 할 수 없잖아. 네가 좀 참아” 엄마의 대답도 항상 이랬지요. ‘오늘은 절대 안 치워줄거야’ 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항상 다짐하지만, 막상 방을 보면 한숨이 푹푹 나오고 내 손은 물건을 치우고 있어요. 어느날은 바닥에 널부러진 책에 밟혀 넘어질 .. 2022. 1. 20.
내 사랑 돈까스 우리 학교 급식은 맛이 최고예요. 사람들이 왜 학교에 가냐고 물으면, 난 자신있게 “급식 먹으러 가요.” 하고 대답할 수 있지요. 난 월요일마다 받는 급식표를 쪽집게 시험 답안지 마냥 보고 또 봐요. “종이 구멍 나겠다.” 간식 갖다주러 내 방에 오신 엄마는 빙그레 웃으셨어요. “엄마, 내일은 무슨 반찬이게요?” “네가 제일 좋아하는 치즈 돈까스겠지” “맞아요,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치즈 돈까스 생각에 아빠가 인라인스케이트 사주셨을 때보다 더 들떴어요. 다음날 아침, 나는 돈까스 많이 먹을 생각에 아침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지요. “1교시가 체육이던데 아침밥 많이 먹고 가야지” “급식을 세 번까지 받아올 수 있어서 괜찮아요.” 난 수업시간에도 쭉쭉 늘어나는 치즈 돈까스가 떠올라 수업에 집중을.. 2022. 1. 20.
우리 아빠는 하마 궁뎅이 우리 아빠는 하마 궁뎅이 오늘 유치원에서 동물들의 특징에 대해 배웠어요. 난 마음 속으로 ‘우리 아빠는 하마 궁뎅이 닮았네.’ 라고 생각하며 혼자 키득키득 웃었지요. 호박 한 쌍을 달고 다니는 듯한 봉긋 올라온 엉덩이를 상상하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어요. “ 왜 혼자 히죽히죽 웃어?’’ 짝이 궁금해 해도 절대 말해주지 않았지요. 난 아빠의 그 모습이 귀엽지만 친구들은 크다, 뚱뚱하다며 깔깔 웃을게 뻔하거든요. 사실 나도 다른 사람이면 그렇게 놀린답니다. 이건 나만 아는 비밀이예요. 오늘도 유치원 버스에서 내려, 같은 동에 사는 민수와 놀이터에서 놀았어요. 민수는 나보다 키도 덩치도 컸지만 내가 여자친구라고 항상 져주는 친구랍니다. 내가 한 번씩 그냥 꿀밤을 때려도 “살살 때려, 아파” 하곤 자기 머리를 만.. 2022. 1. 20.
난 말괄량이가 좋아 친구들 목소리 크기가 2라면 난 4라고 보면 돼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목소리 크게 하면 못난이 소리로 변한다 하셨지만, 난 무조건 크게 말했어요. 그래야 내 마음이 시원해졌지요. 그나마 유치원 다닐 때는 선생님들이 귀엽게 봐 주셨어요.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 하니 선생님들이 싫어하셨어요. 특히, 연세 있으신 지금 담임 선생님은 남자같다며 꾸중하셨어요. “이 서현, 너 성격 바꿔라. 남자 같아서 어디에 써먹겠니?” “이 성격을 타고 났는데 어떻게 바꿔요?”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노력하면 되지. 영주 봐라. 얼마나 여성스럽니?” 목소리도 나긋나긋, 걸음도 사뿐사뿐, 선생님 말씀에는 무조건 “네” 하는 영주가 살짝 미워졌어요.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도 복도에서 떠들면 혼을 내셨어요. “쉬는 시간인.. 2022.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