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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동화8

난 말괄량이가 좋아 친구들 목소리 크기가 2라면 난 4라고 보면 돼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목소리 크게 하면 못난이 소리로 변한다 하셨지만, 난 무조건 크게 말했어요. 그래야 내 마음이 시원해졌지요. 그나마 유치원 다닐 때는 선생님들이 귀엽게 봐 주셨어요. 그런데 초등학교에 입학 하니 선생님들이 싫어하셨어요. 특히, 연세 있으신 지금 담임 선생님은 남자같다며 꾸중하셨어요. “이 서현, 너 성격 바꿔라. 남자 같아서 어디에 써먹겠니?” “이 성격을 타고 났는데 어떻게 바꿔요?”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노력하면 되지. 영주 봐라. 얼마나 여성스럽니?” 목소리도 나긋나긋, 걸음도 사뿐사뿐, 선생님 말씀에는 무조건 “네” 하는 영주가 살짝 미워졌어요.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도 복도에서 떠들면 혼을 내셨어요. “쉬는 시간인.. 2022. 1. 20.
글자가 된 그림 글자가 된 그림 “엄마, 저 그림은 뭐야?” “응, 저건 그림이 아니고 한글이야.” “한글?” “우리 나라 말을 글로 만들었어.” 난 모두 이해할 순 없지만 알듯말듯 알 듯에 더 가까워요. 아빠가 사 주신 그림낱말 카드 “아, 이 글자가 우산이래.” “그래, 이 글자가 가방이구나.” “어~ 가방 할 때도, 가위 할 때도 ‘가’가 있네.” 어느 순간 똑같은 글자 맞추기가 재미나요. 엄마, 아빠랑 간 마트 내가 좋아하는 과자 이름에도, 내가 좋아하는 인형 위에도 글자가 있어요. “계란 과자, 미미공주.” “어머, 우리 서현이 글자도 다 읽네.” 엄마의 뽀뽀세례 글자에서 빛이 반짝반짝 에스컬레이트 앞 바닥에 적힌 큼지막한 글자 몇 개 난 엉덩이를 치켜세워 얼굴을 바닥으로 들이 밀었지요 손가락으로 글자 한 자 .. 2022. 1. 20.
엄마, 코피 나요 엄마, 코피 나요. 현이가 유치원 버스에서 내렸어요. 휴지로 코를 막고 엄마를 기다리고 서 있어요. “현아, 왜 그래?” 엄마는 휴지에 제법 묻은 피를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휴지를 뗀 코에서 피가 물처럼 주루룩 흘러내려요. 엄마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어요. “버스에서 갑자기 코피가 나더니 계속 나.” 현이의 목소리도 파르르 떨렸어요. “빨리 병원 가자" 엄마는 현이 손을 낚아채 듯 꽉잡고, 집앞 이비인후과로 쌩 달려갔어요. “현이 엄마, 어디 가?” 엄마는 옆집 할머니가 불러도 몰랐지요. 그런데 병원 건물 엘리베이터가 4층에서 멈춰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어요. “계단으로 올라가자.” “다리 아픈데..” 엄마는 현이를 등에 업고 계단을 뛰어 올랐어요. 현이는 약한 엄마가 강철 엄마로 변해 신기했지요.. 2022. 1. 20.
버섯 꽃이 활짝 피었어요... 나는 버섯이 싫어요. 모양도 향도 맛도 모두 싫어요. 그런데 엄마가 해주시는 음식에, 유치원 급식에 버섯은 꼭꼭 숨어있어요. 식사할 때마다 버섯을 찾느라 눈과 손이 바빠져요. "겁먹지 말고 그냥 한 번 먹어 봐." "먹기 싫어." 난 손으로 입을 막아버렸어요. "다 내 탓이야. 크면 먹는다 싶어 억지로 안 먹였더니..." 엄마가 속상해 하셔도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아요. 아니 바뀔 수 없어요. 무조건 싫은 걸 어떡해요. "이거 먹으면 미미 인형 사줄게." 아빠의 간절한 눈빛에 약간 마음이 흔들렸지요. 미미 인형이 갖고 싶기도 해서 숨을 크게 쉬고 먹어 보기로 했어요. 버섯 향도 싫어 코를 틀어막고, 입 속에 넣어 한 번만 씹고 삼켰어요. 난 분명히 삼켰는데 버섯은 "웩"하는 소리와 함께 입 밖으로 튕겨져 .. 2022.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