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놀다 친구의 실수로 내 이마에 멍이 들었다.
선생님과 엄마는 누가 그랬냐 따져 물으셨지만, 난 끝까지 모르겠다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냥 벽에 부딪혔어."
엄마의 계속되는 물음에 한숨이 나왔다.
"아닌데, 분명 누구한테 맞은 자국인데. ."
"아니라고"
일부러 자는 척도 해보았다.
" 누구랑 싸웠니? 왜 사실대로 말을 못 해?"
우리 엄마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보는 초능력자인가?
"몰라,몰라"
갑자기 엄마가 무서워졌다.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평소 잘 안 사주는 초코 과자도 사 주시며 물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난 말도 하기 싫어 고개만 절래절래.
엄마는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시 살살 달래가며 물어 보신다.
"왜 맞았는데 말을 안 하니? 그 친구가 말하면 더 괴롭힌데?"
엄마의 고집에 난 지쳐 버렸다.
이러다 잠도 안 재울 것 같아.
"사실은..."
"어,그래. 어서 말해 봐"
엄마는 벌떡 일어나 나를 내려다 보셨다.
"그게..."
"그래,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 안 할게"
"진짜 비밀이야"
"그럼"
엄마는 나와 새끼손가락까지 걸었다.
"사실은 희준이랑 놀다 그 애 팔꿈치에 부딪혔어"
신기하게도 말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럴 수도 있는데 왜 사실대로 말 안했어?"
엄마의 궁금증은 다 풀리지 않았나 보다.
"나도 전에, 실수로 그래도 사람들은 때렸다고 생각하더라구.."
갑자기 내 눈이 촉촉해졌다.
"그래도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애가 나때문에 혼날까 걱정 돼서. ."
난 진짜 희준이가 옆에 있으면, 사실대로 말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 우리 딸이 이렇게 마음 넓은 줄 몰랐네"
엄마는 내 볼이 닳도록 볼 마사지를 해주셨다.
내가 멋진 사람이 되었다 생각하니, 잠결에도 실룩실룩 웃음이 나왔다.
현이의 성장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