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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의 성장일기

미운 정, 고운 정

by 정안나 2022. 4. 14.


우리 부모님은 나보고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잘 지내라고 하시면서,
당신들은 우리만큼 싸우고 화해하기를 쉴새없이 반복하신다.

내가 절친 수민이랑 절교 할듯이 싸우고, 다음 날 우리 집에 데리고 왔을때도 엄마는
"너희 사이는 이해 할 수가 없어."
라며 놀리셨다.
그러면서 엄마도 아빠랑 내일 당장 헤어질 듯이 싸우시곤,
다음 날이 되면 서로 바짝 붙어 앉아 '하하' '호호' 웃으시며 손까지 꼬옥 잡고 계신다.
"자기야!"
"여보!"
세상 다정한 미소를 보내며 행복의 노래를 부르신다.

그러다 어느날엔
"너희 아빠랑 너무 안 맞아. 만약 엄마가 아빠랑 안 살면 넌 누구랑 살거야?"
심각한 얼굴로 나를 난처하게 만드시기도 한다.
처음엔, 진짜 헤어 지시려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 내가 6학년 되면 말해 줄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능청스럽게 대답해 버렸다.
그런데, 내가 6학년이 된 지금도 엄마의 물음은 똑같다.
난 이제,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엄마 마음대로 해"
하곤 내 할 일만 한다.
"엄마는 네 의사가 중요해"
"난 엄마 의사가 더 중요 해"
날 자꾸 쳐다 보는 엄마 눈을 절대 보지 않고 바쁜 척 한다.

난 이제 알겠다. 미운 정, 고운 정이 어떤 것인지.

내가 미운 정, 고운 정 든 친구와 헤어 질 수 없듯, 우리 부모님도 내가 시집 가고 없어도 알콩달콩 잘 사실 게 분명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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