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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의 성장일기

친구야, 미안해!

by 정안나 2022. 4. 15.


선생님께서 종례 시간에 막대 사탕을 두 통이나 들고 오셨다.
" 너희들이 숙제를 잘 해 와서 주는 선물이란다."
반장인 내가 아이들 자리를 돌아다니며 한 개씩 나눠 주기 바빴다.
"난 빨강"
"난 분홍"
"난 주황"

친구들의 요구대로 주다보니 노랑, 초록, 갈색 사탕만 남았다.
"난 초록색을 좋아해. 넌?"
"난 노랑색"
내가 초록 사탕을 잡으니, 수민이는 노랑 사탕을 얼른 가져 갔다.
은별이는 한참을 고개만 갸웃갸웃거리다 남은 갈색 사탕을 힘없이 들었다.
"마음에 안 들면 나랑 바꿀까?"
난 초록 사탕을 은별이에게 보여줬다.
"아니야, 나 갈색 좋아해"
은별이는 갈색 사탕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 그래? 그런데 너 색깔 취향이 특이 하구나!"
나의 말에 은별이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날부터 나의 마음에 은별이가 좋아하는 색은 갈색이라고 새겨졌다.
생일 선물을 할 때도, 친구들에게 말해 줄때에도 은별이는 갈색을 좋아한다고 자신있게 알려줬다.
그럴때마다 은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날, 하굣길에 앞에 가는 은별이를 만났다.
"같이 가자."
쪼르르 달려가 은별이 앞에 짠 하고 섰다.
은별이는 초록색 머리띠를 들고 있었다.
"누구꺼야?"
" 내가 쓰려고 샀어"
은별이는 밝게 웃어 보였다.
"너 갈색 좋아하잖아?"
"사실 나 초록색 좋아해"
은별이 말에 난 얼음이 되어 가만히 서 있었다.
" 사탕 받을 때 너에게 양보하려고 사실대로 말 못했어."
"그럼 나중에라도 얘기 하지 그랬어?"
난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중요한 일도 아닌데 뭘. "
은별이는 볼이 빨개졌다.
"미안해. 네 맘 몰라줘서"
"아이, 괜찮아. 이제 갈색도 좋아진걸."
은별이의 눈망울이 아기 천사마냥 초롱초롱 빛났다.
"역시 초록 좋아하는 애들은 성격도 좋다니깐"
나도 은별이와 똑같은 머리띠를 사서 머리에 두르고 잡은 손을 살랑살랑 거리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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