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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도망 간 유령

by 정안나 2022. 1. 20.

난 어둠이 무서워요.
특히 밤에 자려고 누우면 캄캄한 방이 공포체험장처럼 느껴져요.

“엄마, 불 켜주세요.”
“너무 밝으면 잠이 안 올텐데”
“괜찮아요. 어두우면 더 무서워 잠이 안 와요.”

나의 밝게 자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어요.
저번에 이종사촌 누나랑 유령 만화 영화를 본 후, 더 겁이 늘었어요.

오늘도 잠이 곤히 들었다 문득 눈을 떴는데, 분명 유령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어요.

“엄마, 불, 불”
“왜 그래?”

엄마는 깜짝 놀라 불을 켰어요.

“유령들이 나를 쳐다 봤어요.”
“자다가 꿈꿨구나”

엄마는 할 수없이 조명등을 사서 밤마다 켜주셨어요.

여름방학이 되어 이종사촌 누나가 놀러 왔어요.
밤이 되어 누나랑 내 방에서 자려고 침대에 누웠지요.

“너무 밝아서 너랑 못 자겠어.”

누나는 베개를 들고 거실로 나갔어요.

“나 어두워도, 혼자도 못 잔단 말야”
“너 겁쟁이구나.”

누나는 나를 놀리기 대장입니다.
음식도 빨리 못 먹으면

“너 느림보구나”

줄넘기도 못하면

“너 다리에 힘이 그렇게 없어 어쩌니?”

한심스런 눈으로 바라보기도 해요.
난 이럴때마다 누나가 싫지만, 한 번씩 개그스런 표정을 지어 주거나 친구들과 다툴 때 내 편이 돼줘서 좋기도 해요.

“불을 끄면 유령들이 공중에 떠다니며 나를 빤히 본다구”
“프하하. . 말도 안돼”

누나는 배를 잡고 웃었어요.

“아니야. 진짜라니까”

내 말을 안 믿어주는 누나가 미웠어요.

“그렇다고 계속 불 켜고 잘순없어. 너무 밝게 자면 키도 안 커. 얼른 나보다 더 커야 이기지”

그말에 조금 갈등 됐지만, 그치만.... 그치만.... 도저히 불을 끌 순 없었지요.

“그럼 우리가 유령보다 더 무섭게 분장해 자는거야. 그럼 도망가 버릴걸”
“진짜?”
“그럼”

누나는 장난꾸러기지만 똑똑해서 믿을만하답니다.

“스케치북이랑 색연필 가져 와봐."


우리는 유령보다 더 무섭게 그림을 그렸어요.
눈이 눈썹 위까지 올라 갈 정도로 그리고 눈동자도 녹색으로 칠했어요. 이빨은 드라큐라보다 더 뾰족하게 그렸어요.

“진짜 무섭네”

누나의 칭찬에 우쭐해졌어요.
우리는 가면을 얼굴에 대고 대일밴드로 고정시킨 후 침대에 누웠어요.

“이제 실험해 보는거야. 불끈다”
“그래”

난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감았어요.
‘난 유령보다 더 무섭다. 유령이 날 보고 도망간다.’
마음 속으로 계속 외쳤어요.

“라가 령유, 라가 령유”
“누나, 그 말이 무슨 뜻이야?”
“거꾸로 해봐”
“아…”

나도 주문을 열 번 이상 외쳤어요.
그러고나니 더 용기가 생기고 가슴에 힘이 불끈불끈 솟았어요.

그날 밤,, 난 거짓말같이 잘 잤어요.
오줌이 마려워 눈을 살짝 떴는데도 유령은 보이지 않았어요.

‘우리 누나는 최고야”

이제 누나가 아무리 심한 장난을 쳐도 참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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