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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

by 정안나 2022. 1. 20.

있잖아요,비밀이예요.
우리 엄마는 나보다 형을 더 사랑해요.
하루에 형 이름을 더 많이 불러주는 걸 보면 틀림없어요.
형을 더 많이 챙겨주는 걸 보면 틀림없어요.

“엄마, 오늘 어린이집 가기 싫어.”
엄마 품에 포옥 안겨 떼를 써보아요.
“어린이집 갔다오면 엄마랑 숨바꼭질도 하고 스티커 붙이기도 하고 놀이터 가서 시소도 타자.”
“정말?”
엄마는 내 볼에 뽀뽀해주셔요.
“그럼 엄마, 나 어린이집 금방 갔다올게. 엄마, 집에 꼼짝말고 있어야 해.”
“알았어요.”
엄마의 햇살보다 따스한 눈빛이 내 마음을 녹여요.

“엄마, 뭐부터 하고 놀까?”
어린이집 버스에서 내려, 기다리고 있는 엄마 손을 꼬옥 잡으며 물어봐요.
“어쩌지? 오늘 형아 학원 숙제 봐줘야 해.”
“나랑 놀기로 했잖아.”
“형아가 숙제 안 해가서 선생님께 꾸중들었대. 우리 착한 시영이는 형이 꾸중들으면 좋아?”
엄마는 여전히 다정한 눈빛이예요.

“몰라, 몰라.”
난 엄마 손을 뿌리치고 놀이터로 갔어요.
“집에 가자. 숙제 얼른 끝내고 놀자.”
난 엄마의 따뜻한 손길을 못이기는 척 집으로 따라들어갔어요.
"방에서 블록 놀이 하고 있어.”
“엄마, 다 놀았어요.”
“응, 조금만 더 놀래?”
“말 안 듣는 형 갖다버려”
난 고함을 치고 내 방 문을 꽝 닫아버렸어요.

난 다음날부터 더 밉살스런 악당이 되었어요. 어린이집에서도 친구 괴롭히고 선생님 말씀도 안 들었어요. 그림 그리라고 하시면 낙서만 하고 심지어 친구 스케치북에 낙서했어요. 밥 먹자 하시면 장난감 갖고 노느라 밥도 안 먹었지요.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버섯이 나오면 씹다 팩 뱉어버렸어요.

1주일 동안 난 최고의 악당이 되었지요. 선생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시더니, 어느새 내 시선을 피하셨어요.

오늘은 친구까지 밀쳐 친구는 엉엉 울었어요.
“시영아, 엄마 오셨어.”
선생님이 점심시간 준비를 하고 계실 때, 예쁜 우리 엄마가 우리 교실 복도에 서 계신거예요.
“오늘은 엄마랑 집에 가도 되요.”
난 허둥지둥 가방을 메고 엄마에게 달려갔어요.
“엄마, 정말 집에 가도 돼?”
“그럼, 선생님께 허락 받았는걸”

집으로 돌아와, 엄마는 볶음밥을 해주셨어요.
“우리 낮잠잘까?”
“네”
엄마는 날 꼬옥 안아주셨어요. 난 물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었어요.
“시영아, 이건 비밀인데 우리만 아는 비밀이야.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돼.”
“형아한테도?”
“그럼”
난 눈은 엄마를 빤히 보고 귀는 쫑긋 세워 엄마 얘기에 귀기울였지요.
“사실 엄마는 형보다 너를 더 사랑해. 형은 숙제도 제때 안 하고 엄마한테 대들어서 조금만 사랑해.”
“정말?”
“그럼.”
난 솜사탕 100개를 먹은 것마냥 즐거웠지요.
‘엄마 이건 비밀인데, 나도 사실 엄마를 제일 사랑해.”
“정말?
난 고개를 끄덕이며 엄마 볼에 뽀뽀했어요.

당장 오늘 저녁부터, 내 마음 속 비밀 주머니를 형한테 들킬까 봐 목욕도 같이 못 하겠어요.
있잖아요, 이건 진짜진짜 비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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