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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16

학교에 간 공주 미나는 공주가 되고 싶어요. 찰랑찰랑 긴 머리에, 리본 달린 드레스를 입고 유리 구두를 뽐내며 사뿐사뿐 걸어다니는 상상을 하면 입가에 웃음꽃이 화사하게 피어나지요. 공주만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모든 여자 아이들도 공주로 보였어요. "넌 어느 나라 공주야?" 같은 반, 머리가 긴 친구 손을 잡으며 물어 보았어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친구는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며 눈까지 흘겼지요. "예쁜 공주는 화 내면 얼굴 미워져" 미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어요. "이상한 애야" 친구의 얼음 같은 목소리에도 미나는 웃기만 했어요. " 얘가 공주면 난 왕자겠네?" 잘 생긴 해준이가 미나를 한심스런 얼굴로 쳐다보았어요. "맞아,맞아. 넌 멋진 왕자님 같아." "얘 뭐야?" 해준이는 어깨를 부르르 떨더니 등을 .. 2022. 2. 19.
엉뚱발랄 태민이 태민이는 엉뚱발랄한 아이랍니다. 상상력도 풍부하고, 기발한 생각도 많이 하지만, 장난이 심해 자주 혼이 난답니다. 엄마는 태민이 때문에 걱정이 많아요. 가끔 선생님께 전화가 오면 받기도 전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지요. 오늘은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예요. 엄마는 예쁜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갔어요. 태민이는 여전히 바람 빠진 풍선마냥 팔을 휘휘 저으며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지요. "이 태민!" 엄마가 눈을 찡긋하며 불러도 태민이는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자리에 가서 앉아. 그리고 수업 시간에 장난치면 안 돼!" 엄마는 태민이를 쫓아가 팔을 꽉 잡았어요. "네에, 네에" 태민이는 건성으로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어요. 수업종이 울리자, 엄마 손에 땀까지 났어요. 긴 생머리에 뽀얀 피부가 돋보이는 담임선생님.. 2022. 2. 10.
백숙이 될 뻔한 삐악이 며칠 전부터 민주가 다니는 초등학교 교문 앞에 병아리 장수 할아버지가 하교 시간에 맞춰 와 계셨어요. 아이들은 앙증맞은 병아리들에 반해 우르르 몰려 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보고 있었지요. 용돈이 있는 친구들은 병아리를 사들고 보물단지처럼 품에 안고 집으로 갔어요. 민주는 그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볼 뿐이었지요. 오늘 학용품 사고 남은 돈이 있어, 병아리를 살까말까 망설이고 서 있었어요. "내가 엄마한테 잘 말씀드릴게. " 민주는 오빠의 말에 용기 내서 병아리 한 마리를 사버렸어요. 집에 오자마자 슈퍼에서 구해 온 과자 상자에 병아리를 넣고, 방에 꿀단지 모시듯 놔뒀어요. " 학교 앞에서 산 병아리는 오래 못 살던데." 작은언니는 동생들 놀리기가 취미였지요. 민주는 그 말에 아랑곳 않고 지극.. 2022. 1. 31.
심부름 놀이 오늘 엄마가 처음으로 심부름을 시키셨어요.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 "네" 난 씩씩하게 대답하고 만원을 호주머니에 쏙 넣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다섯 걸음쯤 가다보니, 만원이 잘 있나 궁금해졌지요. 호주머니에 손을 쑥 넣어 만원을 만져보고, 손을 쏙 뺐어요. 오십 걸음쯤 가다 또 만져보고 손을 냉큼 뺐지요. 이백 걸음쯤에 도착한 마트에서 엄마가 사란 물건을 들고 계산대로 갔어요.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내 눈이 똥그래졌어요. 만원은 호주머니에도, 바닥에도, 왔던 길 되돌아 가봐도 꼭꼭 숨어버려 보이지 않았어요. ' 손으로 자꾸 만져보지 말걸. 도로 위에서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나? 자동차 바퀴에 실려 갔나? 누가 주워갔나?' 집에도 못 들어가고 한참을 찾다, 집에 돌아와 울음을 터뜨려 버렸어요... 2022.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