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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우리 동네 뚱보 아줌마

by 정안나 2022. 3. 4.


우리 동네에는 뚱보 아줌마가 살아요.
덩치는 우리 동네 뒷산만큼 커 보이고, 목소리도 보통 남자보다 더 우렁찼지요.
그런데 남편의 덩치는 아줌마의 반밖에 안 돼, 아줌마 뒤에 숨으면 보이지도 않았어요.
아줌마의 별명이 여러 개인데, '먹보 대장'도 있답니다.
항상 손에 음식을 들고 있고, 입은 오물오물거리고 있어요.
인심도 좋아 아이들이 지나가면
"너 먹어"
하시며 손에 든 음식을 나누어 주지요.
아이들은 아줌마만 보이면, 한 개라도 더 얻어먹으려고 졸졸 따라다닌답니다.

아줌마가 화를 버럭 낼 때가 있어요.
오늘도 시장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서 사람들이 다 쳐다 보았어요.
"이게 1인분이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야. 1인분 맞아"
"내가 매일 사 먹는데 그걸 모르겠어요?"
"떡볶이랑 어묵을 매일 세어 보나?"
분식 집 사장님도 언성이 높아지셨어요.
"그럼요, 항상 떡 6개, 어묵 4개 잖아요. 오늘은 떡이 한 개 모자라잖아요"
뚱보 아줌마는 들고 있던 비닐 봉지를 풀어 헤치며 손가락으로 일일이 세어 보았어요.
"별꼴이야. 그렇게 따지면 내가 더 줄 때도 있잖아?"
"그건 서비스구요"
아줌마는 절대 물러 설 마음이 없어 보였어요.
"오늘 이 새댁한테 잘못 걸렸네"
옆자리에서 채소 파는 할머니가 놀려 대기 시작했어요.
"이럴거면 이제 우리 집에 오지 마"
사장님은 얼굴이 떡볶이 국물마냥 뻘개져, 비닐에 떡 두 개를 툭 던져 넣었어요.
"누가 안 온대요?"
뚱보 아줌마는 떡볶이 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어깨를 들썩이며 집으로 향했어요.

동네 슈퍼에 들러 우유 한 개를 사서, 벌컥 마시며 슈퍼 이모에게 신이 나 떠들어 댔어요.
" 기분이다, 형님도 한 개 드셔"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인심을 썼지요.
" 너도 한 개 먹어"
유치원 꼬마가 둘어오자, 딸기 우유를 꺼내 주었어요.
"오늘 아줌마가 기분이 좋아 주는거야, 받아도 돼"
눈만 말똥히 뜨고 있는 꼬마 손에 우유를 쥐어 주며, 다정한 눈빛으로 안심 시켰지요.

그런데 며칠동안 아줌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어요.
아줌마의 목소리로 시끌벅적한 골목이 조용하니, 슈퍼에 오는 손님들도 안부를 묻곤 했지요.
" 요즘 새댁이 안 보이네요. 어디 아파요?"
슈퍼 이모는 빵 사러 온 아줌마 남편에게 걱정스럽게 물어 보았어요.
" 조금 아파요"
"어디가  아파요?"
슈퍼 이모의 소리가 커졌어요.
"의사 선생님이 임신 하려면 살을 빼야 한다해서, 며칠 덜 먹더니 힘이 없어 집에만 있었는데 감기까지 걸렸네요."
남편은 부끄러워 하며 머리를 긁적였어요.
"어째, 덩치 큰 사람이 갑자기 덜 먹으면 병 나지"
슈퍼 이모는 아줌마 갖다 주라며 빵을 더 넣어줬어요.

며칠 후, 아줌마는 더 부은 몸으로 슈퍼에 왔어요.
"많이 아팠다며? 근데 더 부었네?"
슈퍼 이모는 이리저리 아줌마의 얼굴을 살펴 보았어요.
" 신랑이 얼른 나으라고 밤마다 야식을 사 왔지 뭐예요. 밤에 먹으니 어찌나 맛있던지. ."
아줌마는 입맛을 다셨지요.

아줌마는 며칠 못 다한 말을 쏟아내느라 쉴새없이 떠들어댔어요.
"엄마, 저 아줌마 변호사 해도 되겠어"
엄마랑 아이스크림 사러 온 아이도 아줌마 입을 뚫어지게 보았지요.
" 나를 변호사로 봐 주니 고맙네. 기분이다"
아줌마는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꺼내 아이에게 건냈어요.
"마음씨 고운 아줌마, 감사합니다."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덥석 받아 들고 폴짝폴짝 뛰었어요.

우리 동네 뚱보 아줌마에게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한동안 온 동네가 떠들썩 떠들썩 하겠지만, 활기는 넘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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