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그마한 세발 자전거랍니다.
수민이가 네살 생일 선물로 할아버지께 받은 귀여운 자전거지요.
수민이는 한동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와, 나를 타고 동네 여기저기를 누비며 다녔답니다.
"와, 자전거 멋지네."
지나가던 사람들의 칭찬에, 내 몸이 들썩들썩거렸지요.
그러던 어느 날, 물웅덩이를 지나가던 내 몸이 갑자기 옆으로 쓰러지며,수민이의 팔에 빨갛게 피멍이 들었지 뭐예요.
그날 이후,난 자전거 보관소에서,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어요.
반짝반짝 빛나던 내 몸은 점점 흙투성이,먼지투성이가 되어갔지요.
사람들은 내 의자 위에 재활용 가방을 놓고 가버리고, 발로 한 번 툭툭 차고 가기도 했어요. 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답니다.
"우리 애기,그건 버리는 물건이야,엄마가 새걸로 사줄게"
한 아이가 총총 걸음으로 다가와,나를 만지려는 순간,엄마는 아이를 와락 끌어안았지요.
세상 부러울 것 없던 그때가 그리워 뚝뚝 눈물이 났어요.
그런데 어느 날,꿈만 같이 수민이가 내 앞에 나타났어요.
예전처럼 나에게 앉더니,바퀴를 휘휘 저어나갔어요.
난 이러다 하늘을 날아갈 수도 있을것만 같았어요.
"흥, 이젠 작고,더러워서 싫어"
수민이는 입을 삐죽거리며,나를 아파트 입구에 버리고 찬 바람을 일으키며 가버렸어요.
지나가던 아주머니도 나를 힐끔힐끔 보시더니,고개를 홱 돌려버리셨지요.
그날 저녁, 오랫만에 굵은 빗방울이 쉴새없이 후두둑 떨어졌어요.
난 다시 깨끗해져서,새로운 주인을 맞을 생각에 하나도 슬프지 않았답니다. 난 차가운 빗방울이 내 몸을 때려도 꾸욱꾸욱 참고 또 참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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